언니네 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2008)

언니네 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2008)

01. 가장 보통의 존재 
02.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03. 아름다운 것 
04. 작은마음 
05. 의외의 사실
06. 알리바이
07. 100년 동안의 진심
08. 인생은 금물
09. 나는
10. 산들산들 

우와. 아직도 보여줄 게 남았었다니.

전작 '순간을 믿어요'의 '꿈의 팝송'을 들었을 때, 이들이 걸어온 길은 내가 알고 있던 모범적인 밴드들이 모범적인 종말을 향해 걸어가는 길을 그대로 걸어가는 것 처럼 보였다. 인디의 미학 '모자람에서 피어나는 풋풋한 아름다움'을 데뷰앨범과 두번째 앨범에서 잘 보여주다가 '꿈의 팝송'에서 성숙한 밴드로의 면모를 완전히 터뜨리고는, 다들 소진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밴드가 깨지는 그런 길 말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꿈의 팝송'은 확실히 그 무엇인가의 정점이었다. 그리고 이미 그 순간 그들은, 적어도 그들의 음악만은 인디밴드도 아니었다. 성숙한 대형 밴드의 음악이었다.

그런데, 내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으며 새 앨범을 냈다. 이미 이것으로만도 충분히 놀라운데, 앨범의 내용물은 더더욱 놀라웠다. 성숙한 대형밴드의 음악이 아니라, 다시 소박한 인디밴드의 음악으로 돌아왔으며, 이제 그 소박함이 원숙함과 푸근함으로 한 단계 올라서서 표현되고 있어서 더욱 놀라웠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늙지도 않았다. 오히려 4집의 '꿈의 팝송'에서 '얘네도 늙는구나...'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다시 20대의 가슴으로 돌아와서 놀랐다. 그리고 그 가슴에서 다소 차갑고 냉정하면서도 자신과 세상에 대한 따듯한 성찰이 노래 가사로 다가오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인디 씬의 최종 승자는 이미 결판 났다고 봐도 된다. 넬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면서 다른 동네로 이사가버렸고, 마이앤트메리는 '사실 우린 인디 아닌거같아요'라고 하면서 결국에는 어덜트 컨템퍼러리로 가지 않을까. 그렇다면 10년 넘게 견디면서 남은 인디의 대표라는 호칭은 언니네 이발관이 가져가는 것이 옳다.

글쎄, 그 뒤로는 누가 남을까? 장기하? 그림자궁전?

by 미크로권태 | 2009/01/18 09:20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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