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남자

Peter Gabriel - Up (2002)

Peter Gabriel - Up (2002)

01. Darkness
02. Growing Up
03. Sky Blue
04. No Way Out
05. I Grieve
06. Barry Williams Show
07. My Head Sounds Like That
08. More Than This
09. Signal to Noise
10. Drop

  이 앨범 정말 정 붙이기 힘들었다. 내가 제네시스 무지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고, 피터 가브리엘이라면 더 깜박 죽음에도 불구하고, III(일명 Melt 앨범) 앨범 이후 피터 가브리엘 앨범 중에서 가장 제네시스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이 앨범이 오히려 정붙이기 힘들었다는건 내가 생각해 봐도 좀 이상하다. 그래서 그나마 좀 팝 같기도 하고 싱글커트도 된 6번 트랙만 몇번 듣다가 그냥 책장속에 넣어놓고 말았는데, 올해 들어서 8번 트랙과 2번 트랙에 필이 꽂히면서 이 앨범을 다시 한번 죽 듣게 되었다.
  다시 듣고 나니, 이 앨범 그렇게 마냥 제네시스처럼 무겁고 중세처럼 어두운 그런 음악도 아니었고, 나름 대중적인 곡들도 꽤 있었다. 무엇보다 피터 가브리엘 솔로앨범들의 특징 - 입에 쫙쫙 붙는 멜로디를 음산하게 편곡하여 부르는 - 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내가 왜 이 앨범을 그렇게 무겁게 들었을까 생각해 봤더니, 이 앨범 듣기 바로 전까지 들었던 앨범이 바로 So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그 앨범 듣다가 이 앨범 들으면 마냥 무겁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So는 그의 다른 앨범들 중에서도 대중 친화력이 극에 달한 앨범이라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by 미크로권태 | 2009/07/26 02:02 | P | 트랙백 | 덧글(0)

백현진 - 반성의 시간 (2008)

백현진 - 반성의 시간 (2008)

01. 무릎베개
02. 학수고대했던 날
03. 목구멍
04. 어머니 검도 교실
05. 닉의 고향
06. 깨진 코
07. 어떤 냄새
08. 여름 바람
09. 눈물 닦은 눈물
10. 보험 회사 대중탕
11. 어른용 사탕
12. 아구탕에서 나온 네명 

이 앨범, 할말 참 많다. 다분히 도회지적이면서도 빈곤하고 우울한 백현진의 '슬픈 주파수'도 그렇고, 나름 일가를 이루었다고 생각되는 창법도 그렇고, 시인으로 봐도 무방한 가사쓰기도 그렇고, 더이상 다다스러운 가사쓰기를 그만 두고 '이해가 가능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그렇고, 어찌 되었건 앨범 자체가 정말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사실도 그렇고, 하여간, 이 판, 참 괜찮은 앨범이고, 약간 빡센 경합 끝에 2008년 '올해의 앨범'에 이 앨범을 올리기로 했다. (경합을 벌였던 작품은 그림자 궁전의 데뷰앨범과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였다)

그러나, 이 앨범에 대해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앨범 전체는 아니지만 마지막 곡에 녹아 있는 '형식에 대한 고민'이다. 이 곡은 토요일 저녁 인사동에서 두 명의 게이가 중년 4인조에게 린치를 당한다는 내용의 서사시인데, 이 곡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이 곡은 하나의 목소리로 불러제낀 한국의 21세기형 악극이다. 노래를 통해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이야기를 표현한다는 점은 기존의 판소리와 딱히 구별될만한 점은 아닌데, 이 곡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악기들이 기승전결의 전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케다와 히로시의 사랑이야기에서는 일본풍 타악기를 사용한다던지, 이 둘이 키스하는 장면에서 키스의 황홀함을 내려가는 스케일의 플룻으로 재현한다던지 말이다. 이 앨범에서 악기들은 공간을 묘사하기도 하고, 사건을 지탱하고 있다. 특히, 극의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효과음 없이 타악기만을 사용해서 긴장감을 고조하는 대목은 실로 놀라웠다. 이는 백현진이 스스로 그려왔던 악기의 이미지와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곡을 몇 번이고 돌려듣고 나서, 나는 마치 이 노래가 서울판 율리시즈(그리스 신화 말고 조이스의 바로 그 괴팍한 책)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토론토, 서울, 경주 등 공간과 그 공간의 사람들이 어쩌다가 인사동이라는 특정 장소에 모여들어 어쩌다 보니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고, 그건 그냥 하나의 사건일 뿐이라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더블린의 수 많은 사람들이 낮 동안 다른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결국 그들은 더블린이라는 소우주 속의 개미들이라는 그런 이야기.(이건 순전 개인적인 해석임) 이들 역시 인사동이라는 하나의 소우주의 개미들이다.

또한, 나는 이 곡을 21세기 아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정녕 아리랑이 고통받는 민중들을 달래주던 노래라면, 21세기의 아리랑 역시 고통받는 자들을 위한 노래가 되어야 하며, 성 소수자에게 아리랑이 없으리란 법 없고, 이들 역시 자신들의 아리랑(게이 아리랑, 트랜스 아리랑, 레즈 아리랑 뭐 이런 식으로. 혹시 쓰리섬 아리랑 이런것도 나오려나?)을 가질 권리가 있다. 이 곡이 핍박받는 게이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어줄 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건 중요한 것은 21세기에 아리랑이 살아남으려면, 고통받는 자들을 쓰다듬는 노래여야 한다는 것이다.

by 미크로권태 | 2009/01/13 18:12 | | 트랙백 | 덧글(5)

민치영 - 민치영 (1995)

민치영 - 민치영 (1995)

수록곡:

1. 그녀의 외도
2. 슬픈 소원 
3. 두번째 사랑
4. 시간의 흐름속에서
5. 네 느낌대로
6. 하루에 열번쯤
7. 무심각
8. 사라져
9. 아쉬운 이별 (Korea Fantasy)

  글쎄, 예전에 약간 Tesla 냄새가 나기도 할 것 같은 'The Club'이라는 메탈밴드가 하나 있었고, 'Maybe'라는 곡이 소소하게 재미를 봤다는 것 까지만 알고 있다. 그리고, 거기서 솔로로 뛰쳐나왔다고 하는 민치영에 대해서도 사실은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이 CD를 산 이유는 솔직하게 말해서 마지막 트랙 하나 때문이었고, 지금도 마지막 트랙 하나만 듣고 있다. 그래도 이 CD는 참 사길 잘한 것 같다. 아직까지도 몇 달 이상 안 들어주면 그 노래가 머릿속에서 뱅글뱅글 맴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걸 지금 구한다고 쳤으면 구하기 힘든 한국 명반들보다도 몇 배나 힘들었을 것이다.

  앨범을 제작할 때 염두에 둔 건지는 모르겠으나, 창법이 의외로 마이클 잭슨스럽고, 편곡도 딱 그맘때 쯤 유행했을 만한 그런 가요 편곡이다. 그리고 문제의 9번 곡 역시, 오히려 제목부터 매우 거슬리고, 약간 조악한 신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도배를 한 편곡도 처음에는 완전 비호감이었는데, 왜그런지는 아직도 모르겠으나, 약간 과장하면 귀신 나올것 같기도 한 목소리에 소박하기 그지없는 멜로디가 머릿속에 뱅뱅 도는 것이었다. 그리고 잊혀질만 하면 케이블 TV에서 왜 꼭 클립을 한두번씩 쏴주는지...

  하여간,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역시 뭔가가 사람을 감동시키는 과정은 말로 설명이 안된다는 것이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편곡까지 마음에 드는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아는 아직까지 이 노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건, 정말 말로 설명이 안된다.

by 미크로권태 | 2008/06/21 14:07 |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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