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명반

그림자 궁전 - 그림자 궁전 (2007)

그림자 궁전 - 그림자 궁전 (2007)

01. Magic Tree
02. Sister is Rock'n Roll Star
03. 새빨간 얼굴
04. Viva
05. 우주공주
06. Unknown Mountain
07. She's Got the Hot Sauce
08. 중화반응
09. Universal Farewell
10. 광물성 여자
11. 4D Reaction

이게 바로 인디다. 홍대앞 클럽에 기타들고 드럼 스틱 잡고 서봤다고 다 인디되는거 아니다. 이게 바로 인디다. 인디에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 스타일이 바로 그 스타일이다.

락 이론서를 굳이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웬만큼 관심을 가지고 락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개인차는 있겠지만 인디에 대한 정의에 있어서 포괄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내용들이 있을 것이다. 고명하신 영국의 평론가들처럼 굳이 놀이문화의 DIY 이론까지 꺼내지는 않더라도 인디의 태도에 있어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젊은 감정 그 자체에 충실한 음악, 기교와 가창력에 대한 自慰(남자애들이 자주 하는 바로 그것)스러운 태도에 대한 혐오. 기실, 인디 씬에 펑크 밴드들이 많은 것은 이 점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여간, 위에서 말한 대로 이 앨범은 연주력과 가창력에 의존하지 않고 터져나오는 감정 그 자체로 바로 뿜어낸 앨범이고, 그 위에 몽환(싸이키델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이라는 양념을 살짝 얹은 것 뿐. 이 앨범에 대한 설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가사인데, 가사가 짧아서 아쉽다는게 아니라(CD 속지를 읽어보면 정말 짧다) 개인적 요망사항인 '일상어와 완전히 똑같은 가사'로 노래가 불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상관 없다. 이 정도로 해주면 괜찮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이미지 소스 찾느라고 둘러본 다른 사이트에서 이 앨범에 대한 비평을 살짝 읽었는데, 이 앨범에 대해 '선배들에 대한 오마주'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동의하기 어렵다. 이 앨범이 오마주하고자 한 선배들로 산울림을 들었는데, 솔직히 산울림 잘 모르지만, 이들은 그 자체로서 무언가의 알파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by 미크로권태 | 2009/01/25 17:00 | | 트랙백 | 덧글(0)

언니네 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2008)

언니네 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2008)

01. 가장 보통의 존재 
02.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03. 아름다운 것 
04. 작은마음 
05. 의외의 사실
06. 알리바이
07. 100년 동안의 진심
08. 인생은 금물
09. 나는
10. 산들산들 

우와. 아직도 보여줄 게 남았었다니.

전작 '순간을 믿어요'의 '꿈의 팝송'을 들었을 때, 이들이 걸어온 길은 내가 알고 있던 모범적인 밴드들이 모범적인 종말을 향해 걸어가는 길을 그대로 걸어가는 것 처럼 보였다. 인디의 미학 '모자람에서 피어나는 풋풋한 아름다움'을 데뷰앨범과 두번째 앨범에서 잘 보여주다가 '꿈의 팝송'에서 성숙한 밴드로의 면모를 완전히 터뜨리고는, 다들 소진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밴드가 깨지는 그런 길 말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꿈의 팝송'은 확실히 그 무엇인가의 정점이었다. 그리고 이미 그 순간 그들은, 적어도 그들의 음악만은 인디밴드도 아니었다. 성숙한 대형 밴드의 음악이었다.

그런데, 내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으며 새 앨범을 냈다. 이미 이것으로만도 충분히 놀라운데, 앨범의 내용물은 더더욱 놀라웠다. 성숙한 대형밴드의 음악이 아니라, 다시 소박한 인디밴드의 음악으로 돌아왔으며, 이제 그 소박함이 원숙함과 푸근함으로 한 단계 올라서서 표현되고 있어서 더욱 놀라웠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늙지도 않았다. 오히려 4집의 '꿈의 팝송'에서 '얘네도 늙는구나...'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다시 20대의 가슴으로 돌아와서 놀랐다. 그리고 그 가슴에서 다소 차갑고 냉정하면서도 자신과 세상에 대한 따듯한 성찰이 노래 가사로 다가오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인디 씬의 최종 승자는 이미 결판 났다고 봐도 된다. 넬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면서 다른 동네로 이사가버렸고, 마이앤트메리는 '사실 우린 인디 아닌거같아요'라고 하면서 결국에는 어덜트 컨템퍼러리로 가지 않을까. 그렇다면 10년 넘게 견디면서 남은 인디의 대표라는 호칭은 언니네 이발관이 가져가는 것이 옳다.

글쎄, 그 뒤로는 누가 남을까? 장기하? 그림자궁전?

by 미크로권태 | 2009/01/18 09:20 | | 트랙백 | 덧글(0)

백현진 - 반성의 시간 (2008)

백현진 - 반성의 시간 (2008)

01. 무릎베개
02. 학수고대했던 날
03. 목구멍
04. 어머니 검도 교실
05. 닉의 고향
06. 깨진 코
07. 어떤 냄새
08. 여름 바람
09. 눈물 닦은 눈물
10. 보험 회사 대중탕
11. 어른용 사탕
12. 아구탕에서 나온 네명 

이 앨범, 할말 참 많다. 다분히 도회지적이면서도 빈곤하고 우울한 백현진의 '슬픈 주파수'도 그렇고, 나름 일가를 이루었다고 생각되는 창법도 그렇고, 시인으로 봐도 무방한 가사쓰기도 그렇고, 더이상 다다스러운 가사쓰기를 그만 두고 '이해가 가능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그렇고, 어찌 되었건 앨범 자체가 정말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사실도 그렇고, 하여간, 이 판, 참 괜찮은 앨범이고, 약간 빡센 경합 끝에 2008년 '올해의 앨범'에 이 앨범을 올리기로 했다. (경합을 벌였던 작품은 그림자 궁전의 데뷰앨범과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였다)

그러나, 이 앨범에 대해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앨범 전체는 아니지만 마지막 곡에 녹아 있는 '형식에 대한 고민'이다. 이 곡은 토요일 저녁 인사동에서 두 명의 게이가 중년 4인조에게 린치를 당한다는 내용의 서사시인데, 이 곡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이 곡은 하나의 목소리로 불러제낀 한국의 21세기형 악극이다. 노래를 통해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이야기를 표현한다는 점은 기존의 판소리와 딱히 구별될만한 점은 아닌데, 이 곡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악기들이 기승전결의 전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케다와 히로시의 사랑이야기에서는 일본풍 타악기를 사용한다던지, 이 둘이 키스하는 장면에서 키스의 황홀함을 내려가는 스케일의 플룻으로 재현한다던지 말이다. 이 앨범에서 악기들은 공간을 묘사하기도 하고, 사건을 지탱하고 있다. 특히, 극의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효과음 없이 타악기만을 사용해서 긴장감을 고조하는 대목은 실로 놀라웠다. 이는 백현진이 스스로 그려왔던 악기의 이미지와 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곡을 몇 번이고 돌려듣고 나서, 나는 마치 이 노래가 서울판 율리시즈(그리스 신화 말고 조이스의 바로 그 괴팍한 책)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토론토, 서울, 경주 등 공간과 그 공간의 사람들이 어쩌다가 인사동이라는 특정 장소에 모여들어 어쩌다 보니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고, 그건 그냥 하나의 사건일 뿐이라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더블린의 수 많은 사람들이 낮 동안 다른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결국 그들은 더블린이라는 소우주 속의 개미들이라는 그런 이야기.(이건 순전 개인적인 해석임) 이들 역시 인사동이라는 하나의 소우주의 개미들이다.

또한, 나는 이 곡을 21세기 아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정녕 아리랑이 고통받는 민중들을 달래주던 노래라면, 21세기의 아리랑 역시 고통받는 자들을 위한 노래가 되어야 하며, 성 소수자에게 아리랑이 없으리란 법 없고, 이들 역시 자신들의 아리랑(게이 아리랑, 트랜스 아리랑, 레즈 아리랑 뭐 이런 식으로. 혹시 쓰리섬 아리랑 이런것도 나오려나?)을 가질 권리가 있다. 이 곡이 핍박받는 게이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어줄 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건 중요한 것은 21세기에 아리랑이 살아남으려면, 고통받는 자들을 쓰다듬는 노래여야 한다는 것이다.

by 미크로권태 | 2009/01/13 18:12 |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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